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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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는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에서 국내 공연을 유치하기 전까지, 명절 TV 프로그램이나 공연을 다룬 DVD와 블루레이 등으로 국내에서 알음알음 알려지곤 했다. 라스베가스에 여행가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볼 여건이 없다시피 했으니, 아무래도 접촉이 제한적이었던 형편. 그나마 인터넷이, 유튜브가 생필품 수준으로 정착하면서 보고 듣는 형편이 좋아진 덕분에 내한공연 소식이 나면 국내 공연예술계 팬들이 알게 모르게 다 보고 오는 공연으로 정착했다.

그렇게 미국 여행을 간다거나 공연물 수집하는 이들에게 체크포인트로 통하던 태양의 서커스는 지난 2020년부터 터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피해를 입었었다. (비단 여기가 아니더라도 공연계, 문화계가 입은 피해는 엄청나다) 이 과정에서 태양의 서커스 관련으로 외신뉴스가 전해지면서 서커스 팬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파산보호 절차를 밟았다가 회생하게 되면서 기존 공연들을 리뉴얼하고 스탭들을 재정비해 2022년 들어 공연 재개가 이뤄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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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관과 홀을 탐내는 역을 맡은 분이, 처음에는 광대처럼 보이고 행동하나 가끔 본 서커스에서 최고수이자 왕 같다는 생각이 드는 ‘갭’을 보여준다. 공연에서 유일한, 이중적인 캐릭터.

이번에 내한한 ‘태양의 서커스 : 뉴 알레그리아’는 ‘태양의 서커스’ 측이 과거 대성공을 거둔 공연을 리뉴얼한 버전이다. 북미 지역에서 초연을 하고, 북미 지역 외에서는 대한민국이 아시아 프리미어인 셈. 때문에 초연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끈 ‘알레그리아’ 테마송 외에 무대 장치나 연기 측면에서 상당한 현대화가 단행되었다고 한다. 특히 내한 공연을 위해서 12피트 컨테이너 88개 분량의 화물이 운송되어 빅탑을 세우는데 쓰였다. 여기에 6대의 발전기가 매일 3000리터의 연료를 태우며 무대장치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한공연은 다른 측면에서 큰 의미도 지니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심장마비로 타개한 ‘프랑코 드라고네’에 대한 헌정기간에 해당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그는 1998년까지 ‘태양의 서커스’ 작품 대부분을 연출하였으며, ‘알레그리아’의 초연 버전 역시 그의 손을 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한창일 때 공연문화 팬덤에 발을 들였다면, 그 특유의 ‘MAXIMUM’ 스타일이 추억될 터. 팬데믹 버텨내고 공연계에 볕 좀 뜨려나 싶었는데 전해진 비보여서, 생전 그가 연출했던 여러 서커스들의 영상자료를 보고 팬데믹 이후 시대에 리뉴얼된 ‘뉴 알레그리아’를 대비해 보는 것도 나름의 감상이자 추모의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간 참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오랜만에 잠실에 텐트를 세우고 펼쳐진 서커스 판이어서, 이런 쪽 좋아하는 이라면 여러모로 감상이 색다를 일이다. 탄천 주차장 쪽에 판을 깔았던 퀴담 때와 달리, 종합운동장역 7번/8번 입출구 쪽 중앙로 쪽에 텐트를 친 덕분에 전철로 오가기 더욱 편해진 형편. 여기에 장외 휴식공간과 VIP 부스로 방문객을 분산시켜서 과거 공연들에 비해 쉬엄쉬엄 인터미션(30분) 시간을 편히 보내기 좋아졌다. 공연 전후에도 F&B 부스와 기프트샵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쉬는 시간은 화장실 대기열을 감안한 배분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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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인터미션 앞뒤로 1시간 가량 펼쳐진다. 디렉토리 북에 주요 공연들이 순서대로 인쇄된 바이지만, 공연 그 자체에서 펼쳐지는 기예들은 전형적인 서커스 프로그램이다. 만약 그 자체만 떼어서 본다면 체조의 연장이어서 잘하는 것과 별개로 식상할 수 있는 약점이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약점을 지우고 ‘태양의 서커스’다운 것으로 승화시킨 건 다름아닌 연출의 힘이다.

조명이 비치는 곳에 시선이 머무르고, 그 시선 밖에서는 참으로 분주한 움직임이 한가득이다, 검은 옷을 입은 스탭들이 스테이지 주변과 통로를 기민하게 움직이며 관중들이 보지 않는 새에 수 없이 많은 작업들을 수행한다. 일부러 스포트라이트를, 일부러 광대를 내보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묶어둔 새 이뤄지는 건 마치 마법과도 같다. 스테이지 위에서 펼쳐지는 두 패밀리아의 장기자랑만이 마법인 게 아니다.

그 많은 준비과정에서 눈을 연출이 묶는다면, 귀는 보컬들이 사로잡는다. 세일렌의 노랫소리처럼, 극 외에 귀 기울이지 않도록 청중들을 사로잡는다. 그 사이에 네트가 펼쳐지고 스테이지가 회전하고 프레임이 내려선다. 큰 음악 소리만으로 가려질 수 없는 노이즈를 보컬의 힘으로 잡고 간다는 점에서, 상설공연장이 아닌 텐트의 단점은 순식간에 희석되어 흘러간다.

이처럼 공연에 몰입을 하게 한 뒤에 관객을 오롯이 한 방향으로 붙잡아주는 것은 출연한 프로들의 탁월한 실력이다. ‘합이 맞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그야말로 제대로 보여준다. 안전을 위해 장비한 와이어조차 감기고 풀리는 걸 세면서 행위를 한다는 게 눈에 쏙 들어온다. 가끔 힘이 지나쳐 보이면 옆에 있는 동료가 자연스러운 터치로 바로잡아 버린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훈련이 있었을지 가늠이 안될 정도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합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명연을 펼친다. 힘과 기술 그 모두가 겸비되었기에 가능한 그런 템포가 박수로 발구름으로 금새 청중들로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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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고단했던 팬데믹을 버티고 우리나라를 찾은 서커스 명인들의 혼신의 노력에 관객들은 찬사와 박수갈채로 화답할 따름이다.

30여년 전까지는 국내에서도 텐트 가설하며 순회하는 서커스를 만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 서커스라는 추억을 부모 자식 간에, 조부모와 손주 간에 공유할 기회가 예전에 비해 참 옅어졌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데가 시화방조제 넘어 대부도 소재 동춘서커스인데, 상설공연으로 친다면 전국 유일이니 진심으로 찾아가지 않는다면 서커스 공연 문턱에 닿기 참 난해해진 요즘이다. 거기에 중국 본토나 마카오 쪽 여행도 코로나로 막힌 상황에서 해외여행으로 서커스를 제대로 보자면 북미나 유럽뿐이라, 예전에도 쉽지 않았다지만 지금은 그냥 아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여건에서, 월드 클래스 서커스를 서울에서 전철 타고 가 본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기회다.

그렇기에 ‘태양의 서커스 : 뉴 알레그리아’ 현장에서 느낀 게 무어냐 묻는다면, ‘모든 세대가 한 자리에서 ‘서커스’라는 기예의 정수를 서울 잠실에서 공유할 수 있는 장’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앞으로 루지아, 크리스탈, 큐리오스 등이 내한공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뉴 알레그리아에서 서커스에 황홀함을 느껴봤다면 또 다시 잠실을 찾을 일이 머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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